김나정의 <서평 쓰기의 모든 것>은 서평의 개념과 서평을 작성하기 위해 책을 읽는 방법, 책을 읽은 후 서평 쓰는 방법, 서평 작성에 관한 팁, 기술, 예시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출판사 '지식의 날개'에서 펴내는 교양문고 '아로리총서' 의 소통과 글쓰기 편 중 한 권이다. 크기는 가로 세로 153x224(mm)로 한 손안에 잡히고, 160 페이지 남짓한 두께로, 얇아서 읽기에도 부담 없는 사이즈다. 하지만 얇다고 만만하게 볼 책은 아니다. 체계적인 틀 속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은 요목조목 놓치지 않고 다루고 있어서 오히려 내용이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서평이 주는 일곱 가지 선물
이 책에서는 서평 쓰기의 유익함을 일곱 가지 선물에 빗대어 설명한다. 서평 쓰기는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어주며, 기록으로 기억을 탄탄하게 보존시켜 준다. 공부 머리를 길러주고, 창조의 씨앗을 싹 틔운다. '나'를 만드는 벽돌이 되며, 살아가는 힘이 된다. 무엇보다 서평 쓰기는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 새로운 창을 연다. 나는 이 중에서 다음 세 가지 선물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정보로 지식을 낳는 선물. 인터넷으로 얻는 것이 단편적인 '정보'인 반면, 책이 전해주는 것은 '지식'이다. 지식은 넘쳐나는 정보를 가려내 조직화한 것이다. 책에는 저자가 정보를 분석하고 정리하고 체계화한 지식이 들어있다. 서평은 이렇게 정리된 정보를 나의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사유하는 힘을 길러주는 선물. 독서나 서평 쓰기는 그저 받아들이고 즐기는 작업이 아니다. 독서는 해석과 성찰을 요구한다. 서평을 쓰려면 책이 뭘 말하는지 해석해야 한다. 글을 쓰려면 생각해야 하고, 자기 나름의 의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서평 쓰기는 독자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세상에 새로운 가치관을 더해주는 선물. 독서는 내가 아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주장, 내가 몰랐던 것, 상반된 주장들을 받아들이고 세상이나 사람이 모순되고 복잡하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 모순과 혼돈을 마음속에 공존시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독서의 힘이다.
좋은 책은 사람을 변하게 만듭니다.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전달하여 독자가 원래 갖고 있던 가치관을 변화시키기를 바랍니다.
(본문 39쪽)
서평 쓰기를 위한 3단계 독서법
서평 쓰기는 읽기와 쓰기를 아우르기 때문에 읽는 것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서평 쓰기를 위한 독서방법을 3단계로 나눠어 소개한다. '읽기 전에 팔랑팔랑'에서는 책이 입은 옷인 표지를 살펴보는 것부터 알려준다. 제목과 띠지, 책의 뒷모습인 뒤표지, 저자 소개와 목차와 서문, 저자 후기, 역자 후기, 해설, 추천사, 참고 문헌과 색인의 역할과 활용도까지 알려준다.
'읽으며 뒤적뒤적'은 책에 다가가는 방법을 전한다. 책을 읽는 목적을 묻는 것에서 출발하여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며 내 것으로 만든다. 메모에서 중요한 것은 '구분'과 '강조'이다. 표시 방식은 도형과 같은 기호, 색깔, 여러 가지 밑줄, 책 귀퉁이 접거나 포스트잇 활용 등 실제적인 방법의 예들을 알려준다. 여러 가지 서평 쓰기에 필요한 인용구를 수집하고 책을 더럽히며 읽는 법, 책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노트를 만드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읽고 나서 끄적끄적'은 서평을 쓰기 위해 필요한 밑바탕을 마련하는 단계이다. 수집한 정보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독자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뼈대를 짜고 개요를 작성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을 읽고 정리할 때 유용한 방법과 포인트를 잡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독자를 설정하는 법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구성하기와 개요 작성하기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과 예시들을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한다. 예시로 소설을 읽고 쓴 서평 한 편의 전문을 싣고 서평의 구성요소와 실제 적용 방법을 보여준 것이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서평 쓰기의 기술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는 데 필요한 공식을 알려주는 챕터이다. 초고를 쓰는 방법, 요약하기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의 요령, 단락을 나누고 문장을 가다듬는 법과 제목 붙이기, 퇴고 방법까지 알려준다. 특히 나는 이 챕터에서 '이렇게는 쓰지 말자'가 인상 깊었다. 읽고 바로 쓰지 말기, 앵무새가 되지 말기, 그냥 '재밌었다고'라고 쓰지 말기, 다짜고짜 '재미없었다'라고 쓰지 말기,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늘어놓지 말기, 자기 지식을 과시하지 말기, 막무가내로 다짜고짜 쓰지 말기, 뻔한 말로 끝내지 말기 등은 우리가 서평을 쓸 때 쉽게 범할 수 있는 잘못들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의사항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명심하면 좋을 것 같다.
끝 문장을 '일기장'처럼 쓰는 것은 피하기 바랍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열심히, 희망차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어설프게 보냈던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대놓고 결심과 반성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은 일기장에나 걸맞습니다.
메시지를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담담한 묘사로도 전달이 가능합니다. 미주알고주알 말하면 울림이 없습니다. 종(鐘)이 소리를 내는 건 안쪽에 빈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백이 여운을 낳습니다.
(본문 133-134쪽)
한 걸음 더
색다른 서평 쓰기, 서평 쓰는 힘을 기르는 방법과 책과 노는 방법, 책으로 책을 쓰는 방법들이 소개된다. 책 가계부 쓰기와 책 읽기와 같이 글로 기록하는 방법 이외에도 홈쇼핑의 방식을 빌려 책을 홍보하거나 15분 토론, 광고 만들기, 역할 놀이 등등 재미있고 색다른 서평의 형식을 알려준다. 서평 쓰는 실력을 늘리는 법으로는 신문이나 잡지의 북 섹션 읽기와 잘 쓴 서평집 읽기를 추천한다. 책과 가까워지기 위해 서점 산책, 북 콘서트나 강연회에 참석하는 것, 나만의 서재 꾸리기와 오직 하나뿐이 독서 리스트 만들기 등은 책과 노는 방법이다. 이 중에서 나는 '어려운 책과 노는 법'에서 도전을 느끼고 용기를 얻었다. 어려운 책을 대할 때 취할 수 있는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제시하는 '방관적 자세' 접근 방식도 흥미로웠다.
어려운 책과의 만남은 행운입니다.
아는 척하고 읽는 것보다 완봉패를 당하거나 모자를 벗어 패배를 인정하는 편이 조금씩 독서력을 길러나가는 길입니다. 어려운 책은 당신이 무엇을 모른다는 걸 알려줍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독학>(이룸북, 2015)에서 어려운 책과 맞서라고 합니다. {중략} 어려운 책이어서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렵게만 보였던 것을 드디어 알게 되는 것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자신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무릇 모든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는 책은 애초에 읽어야 할 가치가 없다. 책이란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다른 사고, 다른 지식, 다른 관점을 포함하고 있어야 읽을 의미가 있는 것이다." (본문 158쪽)
이 책에서 좋았던 점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다양한 예시와 책 소개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평 쓰기의 정의와 구성요소 등 이론적인 개념을 설명할 때도 그에 해당하는 실제 책과 서평의 예시를 사례별로 적절하게 제시해 주어서 이해하는데 더 잘 와닿았다. 예시를 들거나 인용할 때 든 책 제목들 가운데 간혹 내가 아는 책이 나오면 반갑고 다시 한번 그 책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서평 한 편의 전문을 실어 예시로 보여준 것도 좋았다. 야사르 케말의 소설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를 읽고 쓴 서평이었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그래서 서평이 뭔데, 잘 쓴 서평의 표본은 뭘까'하는 궁금증을 다소 해소해 줬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변화
이 책을 읽으면서 서평 쓰는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서평을 직접 많이 보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평을 한 두 편씩 찾아 읽게 되었다. 아직 서평집을 사서 보지는 않고 먼저, 개별적인 서평들부터 읽기 시작했다. 검색해 보니 국회도서관에서 매주 발행되는 서평이 있었다. 요즘 주목받는 책뿐 아니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이 엄선한 책들도 소개한다. 우리 시대와 사회에 꼭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2쪽 내외로 짧고 간명하게 씌어 있어서 부담없이 을 수 있다. 여러 분야의 서평가들의 서평들을 읽어보니 서평 쓰기의 감을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무조건 좋다 읽어봐라식의 책팔이 선전이 아닌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통찰하고 비판하고자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서평 쓰는 힘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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